전문가기고

심윤석 창업전문가 - 상가의 수준 결정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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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의 수준 결정요인

 

점포가 모여있는 것이라면 모두 상가라 할 수 있다. 상가와 비슷한 말로 상점가가 있다. 상가는 일반적인 용어지만 상점가는 유통용어이다. 특히 일본 쪽의 유통이론에서는 모두 상점가로 표기된다. 그래서 우리 식 상가나 쇼핑센터는 계획적(planned) 상업시설이고 시장(market place)이나 가로변 상가(strings)는 비계획적(unplanned) 상업시설이라고 분류한다. 즉, 학술적으로 그렇게 분류한다는 얘기다.

 

 

상가는 비계획적 즉, 자연발생적인 것도 있고, 계획적인 것도 있다. 시행에서 말하는 바로 계획적 상업시설을 의미하는 반면, 재래시장은 비계획적 상업시설이다. 일반적으로 비계획적 상업시설인 재래시장 보다는 계획적 상업시설인 상가나 백화점, 쇼핑센터가 급이 높다. 이는 시설이나 취급상품 등을 중심으로 얘기하지만, 그 보다는 집적(集積)시설에 대한 관리운영에 있어 차이가 있다.

백화점과 같은 상업집적이 상가보다 낫다고 한다면 무엇보다 단일 운영주체에 의해 체계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반면 시장은 단일 운영주체가 아닌 개별 점포 들이 조합을 구성한 것에 불과하다. 상가의 관리운영사무소와 달리 시장은 상인들이 구성한 번영회(상가번영회 등)가 중심이 된다. 일부는 상가번영회로 부터 관리업무를 위임받은 수탁운영 업체가 관리하지만 그렇다고 시장을 단일 운영주체가 관리하는 업태로 보지는 않는다.

 

 

백화점이나 상가가 시장 보다 낫다고 할 때는 시설이 아니라 바로 운영주체와 관련된다. 시설은 운영주체가 법인일 경우 내부 결정을 통해 빠르게 개선할 수 있고, 단위 매장도 관리주체의 필요나 요구에 따라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바꿀 수 있다. 그래서 시장보다는 활성화가 가능한 편이다. 하지만 시장은 그렇지 못한 편이다. 시장은 소유권이 분리되어 있는 개별 매장 들의 집합이기 때문에 시장 전체가 체계적으로 움직이기 쉽지 않다. 그래서 정부에서 그렇게 재래시장 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정책자금을 투입해도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로 이어지지 않는다. 단지 물리적으로 좀더 깨끗해 졌을 뿐 관리운영 차원에서는 큰 변화가 없어 한계가 있는 것이기도 하다.

 

분양상가의 수준을 높힌다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바로 들어와 장사하는 곳에게 장사가 잘 되게끔 물리적으로나 운영적으로나 지원체계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설과 같은 것은 시간이 지나면 노후화된다. 아무리 좋은 시설도 5년 정도 지나면 선도가 떨어진다. 그래서 시설에 대한 감가상각이 5년 내지 8년이고, 과거 백화점은 5년을 단위로 리모델링 내지 리뉴얼을 해 온 것이다. 최근에는 백화점이 쇼핑센터 형태로 전개하면서 리모델링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과거 대형 상가와 같은 구조로 백화점을 만들 때는 주기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왔다.

하지만 시행대상의 상가는 이러한 운영을 고려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결국 상가의 품질에 있어 관리운영적 요소가 배제된다. 그러다 보니 상가의 품질은 입지라는 것을 제외할 경우 시설에 의해 좌우된다. 문제는 국내에서 상가의 시설이란 건축물 유형 중 가장 단순하고, 가장 투자가 적게 이루어지는 분야이다. 그냥 넓은 공간을 잘라서 구획(partitioning)한 것이 상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입지라는 것을 빼고 나면 상가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지만 수익 내지 이익은 그 어떠한 시설보다 높다.

 

 

시행사 들은 나름 사는 사람(수분양자 등) 입장도 충분히 고려해서 상가를 만들어 판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초짜라도 대충 만들어 판다고 생각하는 제조업체가 없듯이 시행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상가 시행 물건으로서 상가는 상업시설의 평균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 막말로 시장물건과 백화점 물건을 비교할 때의 차이 만큼 크다. 그리고 그 차이는 공간에서 설비 등 물적 서비스를 구현하는 부분에서 뿐만 아니라 관리운영적 요소 두루 두루 그 차이를 보인다. 단지 시행사가 그 차이를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핸드백과 같은 경우도 시장에서 산 십만원대 짝퉁이랑 백화점에서나 살 수 있는 천만원이 넘는 명품과 같을 수는 없다. 짝퉁과 진품의 경우 얼핏 보기에는 똑 같다. 더욱이 핸드백을 쓰지 않는 남자한테는 그 차이를 발견해도 그 의미를 모른다. 만약 그러한 안목을 갖는 사람이 시행사가 되어 상가를 만들 경우 상가수준도 딱 그 수준이 된다. 상품을 파는 상가가 어떠한지 모를 경우 상가의 품질은 제대로 나오기 어렵다.

 

시행사에 있는 분들 중 부인에 이끌리지 않고 혼자 백화점에 가서 쇼핑해 본 경우가 별로 없다. 백화점이 어디에 있고, 그 백화점의 식당가나 카페 좀 이용했다고 백화점을 아는게 아니다. 최소한 상품을 파는 매장 중 최고봉(?)에 있다고 할 수 있는 백화점을 제대로 이용해 보지 못하거나 잘 모를 경우 그 아래 급에 있는 상가가 어떠해야 이용객의 지지를 받는지 알기 어렵다. 그리고 그렇제 잘 모르는 상태에서 건축사가 그려온 것을 수용하는 수준에서 품질 좋은 상가 즉, 잘 분양될 수 있는 상가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일 수 있다. 즉, 십만원짜리 짝퉁 핸드백이나 별반 다를 것 없는 낮은 수준의 상가가 만들어진다. 그러한 상가가 바로 근생상가로 성냥곽처럼 쪼개어 1층에서 뽕을 뽑는 그런 경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대부분 상가는 70년대 이전 발상에 머물러 있다. 지금의 상가는 70년대 건설사 들이 만들어 공급된 형태에서 발전한 것 같다. 이 당시 많은 건설사 들이 아파트 단지를 만들면서 단지내상가를 만들었는데, 상업시설에 대한 경험이 없다 보니 그 구조에 문제가 있었다. 더 큰 문제는 근린형시설로는 너무 크게 짓다 보니 본의 아니게 대형상가를 만들게 된거고, 이러한 상가를 MD로 채우지 못하다 보니 마지못해 회사에서 보유하게 되면서, 결국 울며겨자 먹기 식으로 백화점으로 전환하면서 상가와 같은 형태의 임대 중심의 백화점이 등장하였다. 이러한 형태가 바로 뉴코아나 건영과 같은 것이었다. 지금은 다른 업체로 넘어갔지만, NC백화점의 전신인 뉴코아, 건영백화점이 그러했고, 독립적인 상가로 개발한 것을 백화점으로 전환한 것이 바로 여의도 라이프백화점, 이수역의 태평백화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 백화점은 지금의 상가보다도 시설 면에서는 많이 떨어지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후 시행시장에서 다루는 상가의 기본적 형태가 이 시기에 나타나게 되었다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형태가 많아 지다 보니 상가는 의례 그런 형태로 알려지게 되고, 상업공간에 대한 경험이 있는 초보 시행사나 건축사 들은 당연히 이러한 형태가 바로 분양상가 내지 임대상가의 전형으로 보고 확산된 것도 있다.

 

 

오히려 운영 측면에서는 그 때가 더 어려웠다. 그 당시에는 임대유치 대행사라는 것도 없었기 때문에 그다지 많지도 않은 상가 들을 채워넣을 수 없다. 더욱이 이 시기는 시행사라는 것도 없었고, 대부분 건설업체가 시행 겸 시행을 병행하다 보니 입점업체를 채우는 것은 더더욱 어려웠다. 그렇게 이들이 찾은 것이 백화점 협회에 등록하고 백화점 요건(당시 도소매업진흥법이나 현 유통산업발전법)에 맞추어 업체를 유치하여 시설을 운영하였던 것이다.

실제 이들 백화점식 상가는 신변잡화 및 일부 여성의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임대 매장이었다. 이들은 지방의 다른 백화점 마찬가지로 자체적인 역량의 한계나 서울의 빅3와의 백화점과의 경쟁에 밀리면서 사라지게 되었지만, 어쨌든 70년대 등장한 건설회사가 단지내상가로 개발한 것을 처리해 내지 못하면서 백화점 형태로 운영한 것은 상가 시행의 전형적 모델이 된 것이기도 하다.

 

 

​상업시설로서의 상가의 품질은 물리적 시설에 있지 않다. 오히려 운영이 핵심이다. 하지만 운영은 시설보다도 본질적 속성에서 많이 왜곡되기도 한다. 현재의 상가 운영방식은 상업시설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부분이 왜곡되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보증금을 기반으로 한 임대인데, 이러한 방식은 장사꾼 들을 입점구성하는데 있어서는 맞지 않는 방식이다. 하지만 그 한계를 알면서도 바뀌지 않는다.

 

상가 역시 시장수준의 물건이 있고 백화점 수준의 물건이 있다고 할 때 그 차이는 설비가 아니라 공간 그 자체의 특성과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운영에서 찾아 볼 수 있다. . 상가를 시공대상의 건축물로만 볼 경우 그 상가는 시장 수준의 물건을 벗어나기 어렵다. 그래서 상가를 만드는 시행사 들이 안목이 중요하다. 오로지 입지와 규모, 그리고 설비 수준을 중심으로 상가를 생각할 경우 그 수준은 높아지기 어렵다.

 

 

​상가의 시공비는 주거시설에 비해 낮다. 심지어는 오피스 보다도 낮다. 만약 외관적 요소마저 줄인다면 주거의 반값에도 시공이 가능할 정도로 설비의 밀도가 떨어지거나, 입점업체에 떼넘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설비 중심의 시설로 상가의 품질을 생각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상가의 품질은 장사가 제대로 될 수 있도록 갖추어져야 하는데, 설비가 잘 갖추어졌다고 해서 장사가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설비 등을 통한 차별화에 자신이 없어 상권이 검증된 입지를 비싸게 주거 상가를 만드는 경우도 많지 않다. 대부분 주거나 오피스 입지를 찾고 저층부에 공사비 적게 들여 상가를 만드는 경우 상업공간으로 상가가 갖추어야만 하는 요소가 충분히 고려되기 어렵다. 그래서 잘 만들어진 상가라고 하더라도 상업공간으로서의 경쟁력은 크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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