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김남열 창업전문가 - 이면도로와 골목길

본문

이면도로와 골목길

 

당신은 어디서 시간을 보내는가?

 

지금 당장 자신이 주로 찾는 번화가를 떠올려보자. 그 모습은 어떤가? 그리고 그곳의 어디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가? 대부분의 번화한 상권에서 사람들이 주로 머무르고 소비하는 곳은 대로변이 아닌 이면도로와 골목길이다.

 

사람들은 대로변에 오래 머무르거나 방황하지 않는다. 주로 시간을 보내는 곳은 이면도로와 골목길이다. 모든 번화한 상권들은 구석구석 뻗어 있는 이면도로와 골목길이 존재한다. 대로가 아닌 이곳에 맛집과 즐길거리들이 들어서며, 상권이 발달할수록 가게들은 더 안쪽 골목으로 퍼져나간다. 그렇게 확장되고 발전한 예가 지금의 홍대 상권이며, 이곳은 중간에 대형도로나 상권을 단절시킬 만한 특수한 지역이나 건물 등이 없었기 때문에 상수역과 합정역 일대까지 연결된 초대형 상권이 될 수 있었다.

 

 

대로보다 골목이 왜 소비의 핵심지가 된 것일까? 그것은 상권이 발달할수록 안쪽으로 퍼져나간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바로 임대료 때문이다.

상권이 잘 발달하지 못했을 때는 메인 도로변에 모든 것이 들어서 있다. 그런데 외부 요인 등으로 인해 유동인구가 많아지면 대로변의 건물 가치는 크게 상승한다. 이에 따라 이 건물들은 재건축, 증축을 통해규모를 키워나간다. 이렇게 되면 최초에 입점했던 가게들은 오른 임대료를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자영업의 매출은 업종에 따라 그 한계가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이 가게로 들어와 공간을 점유하는 형태인 음식점의 경우 다른 업종보다 회전율이 낮기에 감당할 수 있는 임대료의 상한선도 낮다. 업종을 변경하지 않는 이상 그 자리에서 영업을 계속 하기는 힘들다.

그러면 이 가게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사업을 포기하거나, 임대료가 비교적 저렴한 대로 안쪽의 이면도로와 골목길로 옮기는 것뿐이다.

이면도로는 임대료가 낮고 유동인구가 많은 대로변과 접근성이 좋으며 차량 통행량이 비교적 적기 때문에 사람들이 걷기에도 대로보다 좀 더 나은 환경이다. 그래서 이면도로에 다양한 아이템의 가게들이 들어서면서 사람들을 유혹하게 되고, 곧 이곳은 좀 더 소비하기 좋은 공간 이 된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은 작은 가게들이다.

 

이면도로와 작은 골목에는 다양한 음식점들이 들어선다. 요식업은 회전 수가 제한되어 있으며, 주로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에 손님이 몰리므로 면적당 매출이 한정되어 있고, 이 한정된 매출에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임대료의 비중을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소비의 시대에 음식은 단순히 배고픔을 충족하는 것을 넘어서 즐거움의 한 요소로 발전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특색 있고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음식점들은 ‘도시성공의 상징’이자 ‘상권 성공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골목길은 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상권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가로수길은 어떤 변화를 거쳤나?

상권과 가로가 변화하는 극적인 과정은 가로수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의 변천을 보면, 화방과 작은 옷가게 등이 가득했던 가로수길이 어떻게 휘황찬란한 상가들이 가득한 거리로 변했는지를 볼 수 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이면도로인 세로수길이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어떻게 가로수길이 원래 하던 역할을 수행하는 거리가 되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대로변의 역할은?

소비의 중심이 이면도로와 골목으로 옮겨갔으니 대로변은 가치가 떨어진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건물 규모가 대형화되고, 유동인구도 이면도로 쪽의 상권이 발달할수록 더욱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대로변에 입점할 수 있는 사업들은 큰 규모와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대기업 계열의 사업이 입점할 수 밖에 없는 요인이 된다. 또한 많은 유동인구들에 노출을 노리는 자동차나 가전 등의 전시/판매장, 대기업의 대형 프랜차이즈, 다시 말해 매출 단가가 낮고 고려사항이 많은 요식업보다는 유통업이 우선된다. 또한 브랜드의 홍보를 위해서 대로변에 위치하는 경우도 많다. 이와 같이 대로변에는 소비의 중심이 되지는 않아도 풍부한 유동인구를 활용하거나 임대료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가게들이 위치하기에 가치가 올라간다.

 

 

 

 

 

 

김남열 팀장 : 010-7602-15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