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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대 창업전문가 - 눈높이 낮추는 큰손들…강남 꼬마빌딩에 눈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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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높이 낮추는 큰손들…강남 꼬마빌딩에 눈독

 

국내외 ‘큰손’ 투자자들이 그동안 거들떠보지 않던 중소형 빌딩을 잇따라 매입하고 있다.

법인 및 기관 투자자, 외국계 투자기관 등 이른바 ‘큰손’ 투자자들은 그동안 안정적인 임대료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대형 오피스 빌딩에 주로 투자해 왔다. 하지만 오피스 빌딩 공실이 늘어나고 투자 수익률이 하락하자 중소형 빌딩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중소형 빌딩은 대형 빌딩보다 임대료가 낮고 영세 사업자가 몰리는 경향이 있어 건물 관리가 어려운 단점이 있다. 하지만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청담동 등 강남 일대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중소형 빌딩의 경우 임대료가 높게 책정되고 장기 임차인을 확보한 경우가 많아 수익률과 리스크 관리에 민감한 큰손 투자자들이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작년 말 세계적인 SPA(제조•유통 일괄형 의류) 브랜드 ‘자라(ZARA)’의 창업주 아만시오 오르테가 인디텍스 회장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5층 건물을 325억원에 매입했다. 오르테가 회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자산운용사의 한국법인인 폰테가데아 코리아를 통해 이 건물을 사들였다.

이 건물은 가로수길 중심 도로에 있는 데다 지하철 3호선 신사역 8번 출구에서 가까운 편이라 역세권 입지가 좋은 건물로 평가받고 있다. 대지 457㎡ 규모에 지하 1층, 지상 5층, 연면적 1241㎡로, 자라의 경쟁사인 글로벌 SPA 브랜드 H&M이 10년 장기 임차 계약을 맺고 2012년부터 사용하고 있다.

국내 큰손들도 가로수길 빌딩에 속속 투자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올해 초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한일빌딩을 약 225억원에 매입했다. 이 건물에는 글로벌 뷰티 브랜드 록시땅과 세계 최대 여행용 가방 회사 쌤소나이트가 입점해 있다. 대지 397.7㎡에 지하 1층, 지상 4층, 연면적 885.84㎡, 4층짜리 건물로, 오르테가 회장이 사들인 H&M 건물 바로 옆에 있다. 건너편에는 롯데백화점이 운영하는 패션 전문 백화점 ‘엘큐브’가 있다.

글로벌 ‘큰손’으로도 통하는 국민연금도 최근 강남권 중소형 빌딩 투자에 합류했다. 국민연금 위탁사인 캡스톤자산운용은 최근 강남구 청담동 89-6번지에 있는 영인빌딩을 259억원에 사기로 결정했다.

지하 5층, 지상 4층, 연면적 3580㎡의 이 빌딩은 지난 2012년 6월과 12월 두 차례 경매에 나왔다가 유찰됐었다. 이 건물은 마지막으로 경매에 나왔던 2013년 1월 감정가의 64% 수준인 148억에 낙찰됐다. 이 건물의 가치가 치솟은 것은 2015년부터다. 세계적인 스테이크 전문점인 울프강 스테이크 하우스와 유명 라운지바인 디브릿지가 입점하면서 입소문을 탔고, 건물 가격도 상승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자금력이 풍부한 법인이나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중소형 빌딩 투자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대형 오피스 가격이 크게 올라 기대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대안 투자상품으로 중소형 빌딩이 주목받기 시작했다”며 “패션∙뷰티 브랜드가 스트리트몰 형태의 매장을 내기 시작하면서 가로수길 등 강남 일대 중소형 빌딩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형 빌딩 거래는 지난 2015년과 2016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건물 전문 거래업체 리얼티코리아에 따르면 500억원 미만의 중소형 빌딩 거래 건수는 2015년 1036건, 2016년 988건을 기록했다. 2013년과 2014년 각각 522건, 719건이었던 것에 비해 크게 늘었다. 총 거래규모도 2013년 6800억원, 2014년 8100억원에서 2015년 1조3800억원, 2016년 1조3500억원으로 늘고 있다.

최근에는 법인 투자자가 중소형 빌딩에 투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난해 500억원 미만의 중소형 빌딩을 거래한 투자자 가운데 75%(739건)가 개인 투자자며, 24%(237건)가 법인 투자자였다. 나머지 1%는 기타 투자자였다. 2015년 법인 투자자 비중이 19%(50건)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법인의 중소형 빌딩 투자가 확연히 늘었다.

개인투자자가 50억원 이하 빌딩을 주로 산다면, 법인 투자자는 100억원 이상 중소형 빌딩에 주로 투자한다. 지난해 법인이 거래가격 100억~200억원 범위의 빌딩에 투자한 건수는 47건, 200억원 이상 500억원 미만인 빌딩에 투자한 경우는 총 25건으로 집계됐다.

 

이종대 팀장 010-4304-4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