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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웅 창업전문가 - 전문가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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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브랜드 'ZARA' 창업주가 325억에 사들여… 글로벌 자금, 서울 상업용 땅 긁어 모은다]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5층 건물이 325억원에 팔렸다. 매수자는 패션 브랜드 '자라(ZARA)'의 창업주. 올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을 제치고 세계 부호 1위에 오른 아만시오 오르테가 인디텍스 회장이다. 이 건물에는 공교롭게도 자라의 경쟁 브랜드인 H&M이 10년 계약으로 입주해 있다. "오르테가 회장은 서울 주요 상권에 대해 순수하게 부동산 그 자체로서 투자가치를 높게 봤다"고 했다. 오르테가 회장은 2015년에도 서울 명동 '엠플라자'를 4300억원에 사들였다.

오르테가 회장뿐 아니다. 글로벌 자금이 최근 서울 시내 주요 지역 상업용 부동산을 무서운 기세로 사들이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이 세계적인 저금리 속에서 연 4~5%의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는 서울 부동산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것이다.

지난해 서울 시내 연면적 3만㎡ 이상 대형빌딩 거래 총액은 7조2040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46%에 해당하는 3조3060억원어치를 외국계 개인 또는 법인이 사들였다. 2011년 이후 최대 금액, 최고 비율이다. 주요 매수 세력은 AEW캐피털, 인베스코, 블랙스톤, 브룩필드 등과 같은 해외 펀드들이었다.

국내 기업·기관들은 대체로 부동산을 파는 쪽이었다. 삼성생명이 가장 적극적이었다. 삼성생명은 지난 3분기에만 자회사인 삼성SRA자산운용이 보유했던 프라임빌딩, HSBC빌딩, 삼성파이낸스 빌딩을 매각했다.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 매입에 나서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 기대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 상업용 부동산의 연간 투자수익률(매각 시 양도 차익 포함)은 5% 수준으로, 홍콩(3.09%)이나 일본 도쿄(3.3%)는 물론 상대적으로 '더 위험한 시장'으로 평가받는 중국의 상하이(4.16%)나 베이징(4.32%)보다도 높다. 오르테가 회장이 매입한 가로수길 H&M 빌딩도 순수 임대수익률만 연 4%가 넘는다.

외국계 부동산 투자자들이 서울에서 가장 선호하는 지역은 강남역·가로수길·광화문·홍대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이른바 '4대 중심가(high street)' 지역이다. 미국계 투자기업 인베스코의 경우, 작년 한 해 동안 지하철 홍대입구역 주변에서만 삼성생명 동교동점 빌딩을 포함해 수백억대 빌딩 두 동(棟)을 사들였다.

외국계 투자자들은 매입한 빌딩의 저층부 오피스를 매장으로 전환하거나 우량 임차인을 들여 임대수익률을 끌어올리는 '가치부여형(value added)' 투자 방식을 주로 쓴다. 최근 저층부 오피스 공간을 매장으로 전환한 서울 주요 지역 빌딩 5곳 임대료 변화를 조사한 결과, 3.3㎡당 월 임대료가 10만8980원에서 23만7545원으로 1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투자자들은 건물을 사기 전에 비싼 임대료를 안정적으로 낼 만한 글로벌 브랜드와 미리 약속을 맺고 투자에 나서기도 한다.

 

 

박천웅 이사 010-3289-3866